1. 사랑, 순간
2. 오래달리기
3. 비밀

희진의 첫 싱글 음반의 첫 곡, ‘사랑, 순간’의 노랫말은 이렇게 시작된다.

‘우린 서로 다른 어느 별에서 와서 / 정말 우연히 마주쳤는지도 몰라’

가수 희진은 그의 노랫말처럼 홀연 나타나, 작은 음반을 한 장 세상에 내어놓았다. 흔한 사진 한 장 없는 소박한 종이 케이스로 꾸민 싱글 음반에서는 무대 위에서 기타를 쥔 채로 담담하게 노래하는 그의 모습을 구경할 수는 없지만, 과장하지도 움츠리지도 않은 그의 매력적인 음성을 들을 수 있다.

서울예대에서 음악을 전공한 뒤 무대 음향을 공부하고, 그 후 오랫동안 뮤지컬과 유명 가수들의 공연 무대, 녹음 세션에서 경험과 기량을 닦아온 이 여가수의 첫 음반에는, 자신의 맵시있는 음색을 솜씨있게 버무린 '사랑, 순간'을 시작으로 인상적인 기타리프와 어우러진 시원한 보컬의 '오래달리기', 그리고 부드러운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로 인생의 이야기를 노래한 '비밀' 등의 세 곡이 담겨있다.

노래 전부의 가사를 그가 직접 쓰고 있는데, 가사마다 상투적인 수사 없이 스스로의 이야기를 툭툭 던지며 노래하고 있다. 솔직하게 와닿는 기쁨과 희망, 자조와 성찰의 노랫말들을 서툰 꾸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노련한 보컬로 음악에 담기란 잘 준비된 기량의 보컬과 세상을 바라보는 그윽함을 지닌 사람이 아니고서는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이제 첫 싱글음반을 낸 것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아직 불려지지 않았을 그의 새 노래들을 희망하게 되는 까닭은 그것이다.

무심하게 툭 건네어진 선물처럼 싱글 음반을 세상에 내어놓으면서, 희진은 자신의 밴드 네이처와 함께 홍대 인근의 클럽과 동료 음악인들의 무대에 서며 활동을 시작했다. 좋은 가수의 노래가 공연장에서 더 많은 이들에게 들려지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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