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로움
2. 그곳에 가지 않아
3. Hey, Please
4. Unlove
5. 소소한 인연
6. Pain
7. Yesterdayy
8. 이 밤
9. Feel Good
10. Too Me
11. Let Go

당신의 웃음 뒤에 숨겨진 우울하고 몽환적인 단면 마이크로키드 1집 [The Shadow Of Your Smile]

기묘한 우울함과 간절한 슬픔의 언어로 무장한 마이크로키드(Microkid)의 첫 번째 앨범이 발매되었다. 2005년, Ep [In My Transistor]를 시작으로 다수의 옴니버스 앨범 참여와 클럽 공연으로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던 마이크로 키드는 오랜 준비 끝에 탄탄한 내공이 담긴 11곡의 정규앨범으로 돌아왔다. 마이크로키드(Microkid)는 사전적으로 ‘컴퓨터를 좋아하는 아이’를 뜻하지만 차가운 느낌의 ‘디지털’과 아이가 주는 따뜻한 ‘아날로그‘ 느낌의 중의적 의미로 팀명을 사용하고 있다. 이 두 요소야말로 이들의 음악을 이끌어가는 열쇠이자 마이크로키드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두 개의 축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노련한 조화
스스로 ‘인텔리전트 펑크’임을 주장하는 마이크로키드의 단단하고도 노련한 사운드가 앨범 곳곳에 돋보인다. 리얼 연주와 미디의 비율이 표현해낼 수 있는 다양한 스펙트럼 안에서 마치 80-90년대부터 지금까지 록과 팝의 감성을 골고루 담아낸 듯한 느낌이다. 복고풍의 팝부터(‘그 곳에 가지 않아’에서 Hey Please로 이어지는), 시원한 하드록의 정서(‘이 밤’), 싸이버 펑크의 느낌(Pain)과 최근 라운지 음악의 요소들(Too Me)까지. 그러면서도 산만하지 않게 매끄러운 톤을 만들어내는 건 보컬 이정신의 몽환적 목소리다. 마치 앨범명인 [The Shadow Of Your Smile]처럼 거울을 바라보는 무표정한 여인의 얼굴을 떠올리게 하다가도 절규하듯 퍼지는 음색의 여파는 앨범의 전체를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면으로의 환상적인 여행! 눈을 감아라, 그러면 느껴질 것이니...
이번 앨범은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어져 마치 2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을 갖게 한다. 초반부에 배치된 트랙들이 가지는 파괴적이고 우울하며 기계적인 디지털의 느낌은 공포영화의 주인공을 떠올리게 하는 반면, 아날로그의 느낌을 고스란히 살린 후반부 트랙들은 따스한 햇살을 받는 멜로영화의 여 주인공을 떠올리게 한다. 한 개체 안에 내면한 이중적 인격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앨범 전체는 하나의 존재가 가지는 감정의 변이들을 다채롭게 표현하고 있다. 절절한 슬픔의 정서가 첫 번째 트랙 ‘새로움’으로 시작하여 마지막 곡 ‘Let Go’까지 유연하게 이어진다. 트랙 간 딜레이 없이 쉼 없이 흐르는 11편의 이야기는 귀를 열고, 눈은 감고 어깨와 머리를 가볍게 흔들 때야 온전히 다가온다. 기묘하지만 기괴하지 않고, 꽉 차 있지만 산만하지 않은 특별한 균형과 울림.

이 앨범을 사게 될 당신들은 관계에 지치고 세상에 지쳐 우울한 어느 날, 마음을 대변하며 위로해 줄 괜찮은 친구를 하나 얻는 셈이다. 이로써 마이크로키드의 1집 [The Shadow Of Your Smile]은 밤을 위로해 줄, 불친절하지만 필요한 친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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