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Orgy Of Destruction (intro)
2. War Of Worlds
3. Great Old Ones
4. Soundchaser
5. Defenders Of The Ancient Life
6. Secrets In A Weird World
7. Flesh And Blood
8. Human Metal
9. See You In Heaven Or Hell
10. Wake The Nightmares (falling From Grace: Pt.1)
11. Death Is On It''s Way (falling From Grace: Pt.2)
12. French Bourree (bonus Track)

메탈 팬들이 반드시 주목해야 할 2003년 최고의 작품. 변함없는 스래쉬 메탈의 열정으로 빚어낸 놀라운 성과. 3인조 체제의 완벽한 호흡과 시원스런 헤비 사운드가 압권을 이룬 또 하나의 명작.

'록의 헌정', 그 빛나는 집념으로 이룩한 레이지(Rage)의 메틀 명작
[Soundchaser]

‘하나의 것'을 추구하는 눈부신 노력. 시대가 변하고 조건이 달라져도 오로지 자신의 신념을 일구어가고자 하는 힘겨운 과정은 마땅히 이 시대가 칭송해야할 값진 것이다. 그것은 열정과 헌신의 이름으로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창조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려야 하는 모든 예술 작업은 그러한 ‘고집스러움'의 숭고한 산물임에 틀림이 없다. 80년대를 거쳐 90년대 초반까지의 찬란한 황금기를 맞이했던 헤비메틀. 이제는 더 이상 세인의 관심거리가 아니며, 새로운 옷의 하이브리드 문화 속에서 그 설자리조차 잃은 것처럼 보이는 이 반항의 찬가야말로, 이제는 집념과 순수한 열정이 없다면 결코 이어가기조차 힘든 현실에 닿아있는 듯싶다. 레이지(Rage)의 신작 [Soundchaser]를 바라보며, 그들의 변함없는 모습과 노력에 적잖은 경외감을 갖게 되는 것은 아마도 그러한 연유에서일 것이다.

올해로 결성 20년을 맞이한 레이지는 그야말로 헤비메틀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단 한번도 세상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적은 없지만, 이처럼 꾸준하게 헤비메틀의 본질에 근접했던 밴드가 또 있을까. 그들은 데뷔 이래 조금의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켜온 거장이며, 오늘날까지도 그 위상이 꺾이지 않은 메틀 팬들의 성지와도 같은 밴드이다.
레이지의 음악은 남성미 넘치는 스래쉬 메틀에 기반을 둔다. 독일 밴드 특유의 힘이 있고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를 자랑하지만, 언제나 아름답고 서정적인 멜로디를 강조하는 독특한 스타일은 바로 이들만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벤져(Avenger)라는 이름으로 처음 활동을 시작한 이래, 무려 18개의 정규작과 수차례의 라이브 실황 앨범을 발표한 이들은 메틀 팬들이 기억할만한 많은 명작들을 남겨왔다. 3인조 체제의 탄탄한 팀웍을 선보이며 메틀 팬들에게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던 88년작 [Perfect Man]을 기점으로, 보다 더 하드해진 사운드와 거친 질감의 곡들로 스래쉬 메틀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초/중기의 명작 [Secret In A Weird World], [Trapped], [The Missing Link], 기타 파트를 보강하며 화려한 연주와 인상적인 멜로디 라인을 강조했던 불후의 명작 [Black In Mind], 한 발 더 나아가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시도하며 당시 팬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선사했던 [Lingua Mortis], 연륜과 세련미가 돋보였던 후반기작 [XIII], [Ghost], 그리고 다시 3인조의 단촐한 편성으로 돌아가 초창기의 힘과 열정을 그대로 보여주었던 [Welcome To The Other Side], [Unity]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찬란한 역사를 대변하는 빛나는 작품들은 아직도 메틀 팬들의 가슴에 남아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언제나 팀을 리드해온 “Peavey” Wagner가 있었다. 특유의 중저음 보컬을 자랑하며 베이스 연주까지 훌륭하게 소화해내는 그는 레이지를 지금껏 이끌어온 인물로, 독일 스래쉬 메틀의 건재함을 지탱해온 진정한 거목일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앨범 [Soundchaser]는 아마도 레이지의 장대한 역사를 일축할만한 가장 훌륭한 작품 중 하나가 아닐까싶다. 특히 2001년 작 [Welcome To The Other Side] 이후 3인조 편성으로 손발을 맞춰온 각 멤버들의 연주는 가히 최고라 할 만큼 놀라운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데, 특히 러시아 출신의 기타리스트 Victor Smolski의 절도감 넘치는 리프와 화려한 기타 솔로는 감탄사를 연발할 정도로 훌륭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드러머 Mike Terrana 또한 그 어느 때보다도 파워풀한 드러밍과 다이내믹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Wagner의 시원스런 보컬과 어우러져 정말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이 새로운 트리오의 첫 앨범 [Welcome to the other side]의 탁월한 멜로디 라인과 두 번째 앨범 [Unity]가 이룩한 파워를 완벽히 결합한 이들의 사운드적 진화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이번 앨범은 1999년에 발표되었던 앨범 [Ghost]에 이은 두 번째 컨셉트 앨범이다. 그간 어러 차례 SF/Horror 작가인 Howard Philips Lovecraft의 열렬한 추종자임을 밝혀온 Peavey의 SF적인 상상력이 녹아있는 작품이다. The Old Ones들이 남극 빙하 깊숙이 남기고 간 Soundchaser들의 부활과 이를 조종하려는 The Agencies의 욕망이 그려진 한편의 SF 음악 소설과 같은 탄탄한 내용적 구조와 다양한 음악적 시도가 완벽히 녹아있는 총 12개의 곡들이 담겨져 있다. 수록된 곡들은 전작 [Unity]와 대체로 흡사한 분위기를 내고 있지만, 곡의 완성도 면에서는 오히려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War Of Worlds'와 ‘Secrets In A Weird World', ‘Soundchaser' 등이 질주감 넘치는 사운드와 거친 스래쉬 메틀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곡이라면, ‘Great Old Ones'와 ‘Defenders Of The Ancient Life', ‘Flesh And Blood', 'Human Metal' 등은 레이지 만의 아름다운 서정미와 강렬한 헤비 사운드가 결합된 훌륭한 작품들이다. 특히 그 중에서 앨범 타이틀과 동명 곡인 ‘Soundchaser'는 가장 인상적인 스래쉬 메틀 넘버로써, 그 시원스런 연주와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가 무척이나 통쾌한 느낌을 전하는 곡이다. 곡 전반을 주도하는 Smolski의 절도있는 기타 리프와 중간에 들어간 솔로 연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훌륭한 연주가 아닐까 싶다. 또한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Falling from Grace Pt. 1,2'의 접속곡 역시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완성도 높은 곡인데, 아름다운 멜로디가 깊은 감흥을 선사하는 동시에 힘있는 보컬 라인과 멤버들의 몰입하는 연주가 긴 여운을 남긴다. 또한 한국반의 보너스 트랙으로 실려진 Bach의 French Bouree는 아름다운 소품일거라는 예상을 뒤엎는 헤비한 넘버로 Victor의 최근 Bach 재해석 시리즈의 한 부분으로 이해할 수 있는 멋진 트랙이다.

전체적으로 레이지의 신작 [Soundchaser]는 과거 찬란했던 헤비메틀의 하이라이트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놀라운 사운드를 담아낸 작품이다. 비록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 상업적 성공으로까지 이어질까에 대한(예전과 같은) 기대는 어렵겠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반드시 그 아상의 평가가 내려져야 할 새로운 명작의 탄생이 아닐까 한다.
록음악은 있되 그 본질은 사라져가는 현실에서, 레이지와 같은 든든한 버팀목이 이토록 변함없는 열정을 보여준다는 것, 그리고 과거 이상의 완성도 높은 음악을 계속해서 토해낸다는 것에, ‘만족!' 그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며, 단 하나의 것을 향해 끊임없이 질주하는 그들의 열정에 다시 한번 찬사를 보내고 싶다. 헤비메틀의 통쾌함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확신을 일깨워주는 레이지의 이번 앨범이 보다 많은 록팬들의 가슴에 다가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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