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Lulu
2. Peminina
3. Boca De Re
4. Flora
5. Garota De Ipanema
6. Clareana
7. Bebe
8. Avarandado
9. Sampa
10. Preciso Aprenden A Ser So
보사노바를 따라 흐르는 경쾌한 리듬, 신선한 바람.
‘Girl From Ipanema’의 참신한 버전, 플루트 즉흥 연주가 이루어내는 ‘Garota De Ipanema’
유카 키도(Yuka Kido, 城戶夕果)의 [Lulu]는 ‘플루트로 연주하는 가뿐한 보사노바 리듬의 결정체’이다. 미리 결론부터 말하는 것이 이 앨범의 수록곡들을 들을 이들의 호기심을 저하시키거나 잘못된 판단을 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반작용을 염두에 두고도 미리 유카 키도의 음악 스타일을 이야기 하는 이유는 그녀가 우리 나라에는 처음 알려지는 연주인 이기 때문이다. 리사 오노(Lisa Ono)나, 조이스(Joyce), 카에타노 벨로소(Caetano Veloso) 등은 보사노바나 월드 뮤직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은 들어 봤을 이름이지만, ‘유카 키도’라는 이름은 생소하기 때문에 이 앨범의 음악을 모두 소개하기 전에 그녀의 음악과 악기를 미리 언급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플루트로 연주한 클래식 외의 음악은 그다지 많은 편이 아니다. 피아니스트 끌로드 볼링(Claude Bolling)과 플루티스트 장 피에르 랑팡(Jean-Pierre Rampal)이 함께 다소 재지하게 연주한 편안한 연주 음악이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플루트를 클래식 악기로 한정 지어 그 활용 범위를 좁혀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누구도 플루트를 클래식만 연주하는데 사용하라고 정해 놓은 것은 없고, 유카 키도는 보기 좋게 탈 클래식을 성공시킨 연주인이라 말하고 싶다. 하지만 그녀 역시 어렸을 때부터 클래식을 연주하고, 대학에서 플루트를 전공했다. 일본 코베에서 태어나 13살 때부터 플루트 연주를 시작, 카와사키 스구루를 사사하고, 센조쿠 대학 플루트학과를 졸업한 그녀는 클래식을 전공했으면서도 활발한 밴드 활동과 클럽 세션으로 음악의 연주 범위를 넓혀 갔다. 그리고 1989년 리사 오노 밴드에 참여해 플루트로 연주하는 보사노바의 참신함을 알렸으며, 1993년 본인의 데뷔 앨범 [Xuxu]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유럽의 실력 있는 재즈 베이시스트 닐스-헤닝 오외스테드 페데르센(Niels-Henning Orested Pedersen)과 팻 메쓰니(Pat Metheny) 그룹에서 기타를 연주하기도 했던 울프 웨케니우스(Ulf Wakenius)가 함께 연주한 [Refined](1994), 브라질의 보컬리스트 조이스가 처음으로 객원 보컬을 맡았던 [Rio Smiles](1994), 전 곡을 브라질에서 녹음한 [Aracua](1996), [Casa](1998)를 거쳐 1999년 [Lulu]를 발표했다. 브라질과 일본을 오가며 보사노바의 정수를 온몸으로 체득한 그녀는 진정한 브라질 리듬을 재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플루트 연주자로 지금까지 활동해 오고 있다.
그녀에게 여섯 번째 앨범인 [Lulu]는 전체적으로 보사노바 리듬을 그려가고 있지만, 그 사이사이에는 다양한 음악적 요소가 어우러져 있다.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재즈에서 즐길 수 있는 즉흥연주. 유카 키도가 작곡한 경쾌한 오프닝 곡 ‘Lulu’에서 듣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리는 플루트의 간결한 즉흥연주가 그 시작이다. 장황하게 늘어놓아 지루함이 없는 간단 명료한 연주. 간결한 모토는 두 번째 보컬곡에서도 여전하다. 브라질 재즈와 MPB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21장의 솔로 앨범과 300장의 앨범 녹음 경력을 갖고 있는 세계적인 라틴 보컬리스트 조이스가 기선을 제압하는 ‘Feminina’에서도 플루트뿐 아니라 키보드의 즉흥연주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여기에 비트 넘치는 베이스 터치까지 더해져 이태리 라운지 음악의 율동성을 느끼게 한다. 클래식 무대에서 플루트 연주자가 정적이고 드레스가 잘 어울리는 소녀적인 모습으로 대변된다면, 유카 키도는 때때로 거칠다고 해도 좋을 만큼 열정을 분출하고, 그녀의 플루트는 악기 소리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재즈나 보사노바의 월드뮤직을 거울처럼 담아내는 도구로 사용된다.
묘한 매력을 풍기는 본 앨범은 다양한 리듬으로 다채롭게 편성해 신선하다. 유카 키도가 만든 ‘Boca De Re’는 마린바의 연주와 리듬이 장난스러운 분위기를 이끌어 귀엽고 아기자기하며, 그에 맞게 적절한 사운드 이펙트도 사용된다. 분위기를 바꿔 굵은 알토 플루트의 저음으로 푸근하고 안정된 느낌을 선사하는 질베르토 질(Gilberto Gil)의 ‘Flora’가 이어지고, 드디어 이 앨범의 절정을 이루는 ‘Garota De Ipanema’가 흐른다.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의 명곡. 노래로, 연주곡으로 수 많은 아티스트들이 연주해온 곡이고, 플루트로 이 곡을 연주할 수 있는 사람도 많을 터이지만, 유카 키도 만큼 이 곡을 부드럽고 연약한 여성스러움으로 빛나게 한 연주인은 없을 것이다. 자신의 해석을 곁들여서 아주 자신감 있게 연주하는 그녀는 곡을 더 밝게, 자유가 충만하게 살점을 붙이며, 여기에 어쿠스틱 기타가 크게 한 몫을 한다. 조빔의 곡 외에도 유명 월드뮤직 연주인들의 곡이 몇 곡 더 수록돼 있는데, 엄숙하고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베이스 플루트와 그 주위를 맴돌며 한껏 재롱을 피우는 듯한 마린바 연주가 묘한 조화를 이루는 ‘Avarandado’는 카에타노 벨로소(Caetano Veloso)의 곡. 나이가 지긋한 분들을 위한 곡인 듯 중후한 멋이 느껴져, 혹시 너무 무게를 잡는 것은 아닌가 우려되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마린바의 깜찍한 연주가 걱정을 사라지게 만든다. ‘Sampa’ 역시 카에타노의 곡이고, ‘Avarandado’와 분위기는 비슷하나, 베이스 플루트 대신에 차분한 어쿠스틱 기타가 중심을 잡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 밖에 브라질 팝 대중화의 선두이자 싱어송 라이터인 마르코스 밸르(Marcos Valle)의 곡 ‘Preciso Aprender A Ser So’가 대미를 장식한다. 콘트라 베이스를 활로 켜는 멋스러움과 베이스 플루트의 인트로가 앙상블을 이루는데, 노래 라기보다는 라이브 무대에서 말 대신에 연주로 끝을 맺는 정중한 인사 같다.
플루트와 베이스 플루트를 연주하는 유카 키도와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는 시게하루 사사고(Shigeharu Sasago), 베이스 요이치 야히로(Yoichi Yahiro), 퍼커션과 사운드 이펙트를 담당한 요이치 오카베(Yoichi Okabe)는 전작에서 호흡을 맞췄던 파트너들로 [Lulu]에서도 확실한 음악적 교감을 이룬다. ‘Feminina’, ‘Clareana’ 등에서 보컬곡을 소화한 조이스(Joyce), ‘Bebe’에서 근사한 하모니카 연주를 들려준 밀턴 게드(Milton Guedes), 피아노와 키보드에 마나부 오히시(Manabu Ohishi), 마린바 주자 요시히코 카토리(Yoshihiko Katori)가 게스트로 참여, 유카 키도의 연주를 더욱 브라질리안 음악답게 만들어 간다. 분위기에 변화를 주는 연주의 조미료 역할 정도로 인식했던 악기 플루트. 이 악기가 앨범의 주인공이 된 경우는 흔하지 않지만, [Lulu]에서 만은 적어도 전격적인 플루트의 자유로운 연주를 만끽할 수 있다. 그리고 유카 키도는 자신의 악기를 완벽한 솔로 악기로 탄생시킨다. 그녀의 연주와 작곡, 프로듀싱 능력, 이 모든 것을 통해 플루트라는 악기만이 낼 수 있는 소리의 유일무이함과 브라질 리듬은 만족스러운 음악의 결정체로 빚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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