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Over Me
2. Meaning Of Life
3. In Your Name
4. Father
5. Satellite
6. Deep
7. King
8. Riddle
9. By Your Side
10. Shine
11. Over Me (k/j Mix)
12. Father (clubmix)

뛰어난 음악성으로 장래 촉망되는 덴마크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샹(Jean)

스칸디나비아(Scandinavia) 반도 남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스웨덴(Sweden) 그리고 노르웨이(Norway)와 맞닿아 있으며 바람 많고 날씨 궂으며 비도 자주 뿌리는 전형적인 해양성 기후 국가 덴마크(Denmark). 품질 우수한 유 가공품을 생산해 내는 낙농 국가이며 척박한 토양에도 불구하고 밭농사가 잘 되는 곳이기도 하다. 아울러 400개 이상의 부속된 섬들 가운데 그린란드(Greenland)는 국내 걸 그룹의 앨범 타이틀에도 등장할 정도로 신비롭고 불가지(不可知)한 미개척지로, 동화 적 상상력을 펼칠 여지 또한 풍부한 세계로 남아 있다. 하지만 그곳 역시 사람 사는 곳이다. 덴마크 국민들이 아직도 긴 삼지창 둘러메고 호밀, 수수 밭을 다듬으리라 생각하는지? 알프스 소녀 하이디(Heidi)와 흡사한 복장으로 소젖을 짜 모으는 주근깨 소녀도 이제는 흔히 발견되는 광경이 아니란다. 그곳 젊은이들 또한 다른 문명 세계 동년배들과 다르지 않아 [나이키(Nike)]를 즐겨 신고 빨간 탭이 붙은 [리바이스(Levi's)] 청바지를 입으며 최신 팝 음악을 듣는다. 아! 순서가 바뀌었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로부터 빚 진 음악들이 전 세계 10대들에게 절대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 꺼풀 환상을 걷어내고 나니 그저 생김새가 그리고 언어와 문화 습관이 조금 다른 사람들일 뿐이다. 하지만 같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위치했음에도 덴마크 대중 음악에 대한 정보는 상대적으로 충분치 못해 왔다. 맥스 마틴(Max Martin)과 라미(Rami)를 위시한 틴 팝(Teen Pop) 아이콘이 자리 한 스웨덴 그리고 아하(A-ha!), M2M을 낳은 노르웨이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인 취향의 팝/록 사운드로 중무장한 마이클 런즈 투 록(Michael Learns To Rock), 'Betty'를 제외한 대부분의 곡들이 하드 록 사운드로 점철되어 있었던 블링크(Blink), 소프트 팝 듀오 브리즈(Breeze), 고급스러운 팝 사운드를 들려준 리키 줄리앙(Ricky Julian) 그리고 무작정 신나는 댄스 음악으로 중무장한 아쿠아(Aqua) 정도가 덴마크 출신으로 우리 팬들에게 어필하고는 있으나 그들 역시 북구 유럽 특유의 개성으로 무장했다고 보기는 힘들기에. 그래서 이제 갓 20대 중반에 접어 든 덴마크 출신 싱어송라이터 샹(Jean)에게 보다 많은 관심과 애정 어린 시선이 필요한 지도. 2000년 가을,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을 발표한 게 경력의 전부인 이 청년의 음반이 우리에게는 일천 하다시피 한 덴마크 팝 음악 관련 정보 습득에 지극히 유용한 자료로 쓰일 수 있겠다. 아티스트는 무엇보다 음악 그 자체로 말하고 평가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하지만 감상에 보다 깊이와 재미 그리고 친근감을 더한다는 의미에서 비록 언어의 장벽이 가로 막고 있기는 하되 일단 그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 보도록 하자.

샹, 그는 음악 가정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의 아버지 홀거 라우만(Holger Laumann) 역시 평생을 음악과 함께 한 전문 뮤지션이고 어머니는 안네 리네트(Anne Linnett)이다. 안네 리네가 누구인고 하니 바로 댄마크에서 최고 인기의 솔로 싱어송라이터로 꼽혀 온 정상급 아티스트이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그는 태어나기 전부터 장차 음악인으로 성장한 충분한 운명을 타고 낫던 셈이다. 걸음마를 떼기 훨씬 이전부터 그의 장난감은 드럼 세트였다. 페달에 발도 안 닿을 시기였지만 그는 드럼 스틱을 가지고 놀았다. 악보도 제대로 못 읽어내는 나이에 피아노 건반을 벗 삼아 지냈을 정도다. 하지만 8살이 되기 전까지의 샹은 또래 어린이 이상으로 비범한 존재가 아니었다. 남달리 음악을 가까이 하고 즐긴 것에 불과했을 뿐이다. 그에게서 가능성을 발견한 부모는 8년간 정 붙여 지내 온 교육 중심 도시 아르후스(Arhus)를 등지기로 결심했다. 대학가가 밀집한 교육 도시 아르후스는 주거 환경의 측면에서는 더할 나위 없었지만 아들의 장래를 두고 보자면 지나치게 무미건조하고 경직된 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함께 코펜하겐(Copenhagen)으로 거처를 옮긴 샹은 어려서 부터 손에 익숙한 악기였던 드럼 연주에 심취해 지냈다. 극장 쇼 무대에서 연주하는가 하면 아버지의 밴드에서 보조 드러머로 활약하기까지 했으니 그 자체만으로도 만만치 않은 실력이었음에 틀림 없고. 하지만 그의 인생이 전문 연주 인으로 귀착될 운명은 아니었던지 15살 되던 1992년부터는 작곡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때부터는 그의 음악 사는 극적인 전환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거기에 1997년 우연히 참가하게 된 음악 관계자들의 세미나 모임을 통해 좋은 동료와 스승들을 만나면서 그는 한 번 더 크게 자극을 받았다. 어언 20대에 접어들었고 이제는 자신이 자신의 이름과 음악에 책임지는 삶을 살아야 겠다는 데에까지 생각이 미친 것이다. 바로 데모 테이프 작업에 들어갔다. 샹 본인의 곡들로 채워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드럼과 기타 연주 역시 당연히 그의 손을 거쳐 완성되었다. 어느 정도 완성된 음원들을 추렸다. 다음 단계는 그의 음악을 녹음, 출반해 줄 적절한 레코드 회사를 찾아내는 일! [서클(Circle) 레코드]란 이름의 인디 레이블이 있었다. 2,000년 창립되었으니 역사가 긴 편은 아니다. 자체적으로 음반을 제작하는 한편 해외 반을 라이선스 발매하는 일까지 책임지는 곳으로 역시 덴마크 코펜하겐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회사다. 2001년에는 영국과 유럽 각지에 지사를 출범했을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는 이 레이블이 샹을 선택했고, 샹 역시 이 레이블이 맘에 들었다. 안네 리네트라는 이름을 기억하는가? 그렇다. 샹의 어머니가 이 레이블의 CEO였다. 본인이 직접 가수로 노래한 경험과 25년 이상을 음반 업계에 몸 담으면서 체득한 노하우를 십분 활용할 계획이 현실화 된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유명세나 혹은 장래 유망한 아들의 백 만을 믿고 무턱대고 일을 추진하는 분위기는 아닌 듯 하다. 이미 덴마크 팝 시장에서 크게 인기를 모으고 잇는 실력파 밴드들인 멜라니스(Melanies), 호텔 헝거(Hotel Hunger) 등이 다 이 레이블 소속이기 때문이다.

아쿠아의 2집 앨범 보컬 트랙 작업을 마치고 망중한 가운데 있던 연주인 겸 프로듀서 스티그 크로이츠펠트(Stig Kreutzfeldt)와 연결되었다. 3곡 정도의 작업이 끝났을 때 이 둘은 서로에 대해 깊은 신뢰와 만족감을 표시했고 결국 아홉 달 이상을 [시크릿 사운드(Secret Sound)]스튜디오에서 먹고 자며 동고동락하는 사이가 된 것이다. 신곡 작업도 병행했다. 리얼 악기만을 고집하던 샹에게 스티그는 말했다. "컴퓨터를 활용하면 당신도 화가처럼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을 거요!" 기본적으로 약간 우울하고 또 감성적인 북구 유럽 식의 팝/록 사운드에 기반 했으면서, 샹의 음악이 극으로 치닫지 않고 보다 풍성하고 매끄러우며 부드러운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었던 것에는 스티그의 공이 크다. 덧 입혀 진 풍부한 키보드 터치와 코러스 하모니 등이 그 일례다. 외모를 통해 알 수 잇듯 건강 빼고는 시체일 만능 스포츠맨으로 통하던 그 또한 지쳐 쓰러질 뻔한 고비를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평소 모험과 도전을 즐겼던 그이기에 앨범 작업은 심지어 재킷 디자인과 아트 워크에 이르기까지 그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어 완성되기에 이른 것이다. 평소 인터뷰를 통해 가장 존경하는 아티스트로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 스팅(Sting) 그리고 실(Seal)을 즐겨 꼽는 그인 만큼 기본적인 음악 스타일이 록에 기반 한 팝 사운드일 것은 추측 가능하다. 하지만 그의 데뷔 앨범 을 통해 접할 수 있는 그의 음악 세계는 어느 한 장르로 규정짓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10곡의 트랙과 두 곡의 리믹스 버전을 수록하고 있다. 런던에서 활약 중인 피트 호프먼(Pete Hoffmann)을 초빙해 'Over Me', 'Meaning Of Life', 'Satellite'의 믹슬 작업을 병행해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블랙 박스 레코더(Black Box Recorder)의 음반을 통해 접할 수 있었던 특유의 터치를 더하기도 했다. 그에게 음악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끼친 아버지에 대한 보은의 노래이자 찬가로 울려 퍼지는 'Father' 또한 잔잔하면서 진솔하게 들린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고 적당히 어쿠스틱하며 또 전자 음향 또한 인간적이고 기분 좋게 공명하는 샹의 데뷔 앨범을 통해 모쪼록 음악적으로 풍부한 경험을 쌓아가는 21세기 첫 겨울이 되기를 소망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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