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Rites Of Passage
2. For All Seasons
3. The Promise
4. Rainmaker
5. Written On The Wind
6. Playing By Heart
7. At First Sight
8. Tribal Dream
9. Almost A Whisper
10. Never Too Late
11. Play Time
12. Jivaeri(jiva-eri)

3년만에 선보이는 이번 음반 "Ethnicity"는 '민족성'이란 앨범 타이틀이 암시하듯 전작 "If I Could Tell You"에서 한층 진일보한, 월드 뮤직 아티스트로서의 야니의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야니는 "음악은 믿기 힘들만큼 직접적인 언어이다. 그것은 언어와 논리를 초월하며 영혼과 직접 대화를 나눈다."고 한 바 있는데 이처럼 '보편적인 공통 언어'로 음악을 바라보는 야니의 철학은 이번 음반에서도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인류는 '하나의 세계 하나의 민족'이라는 것이다. 솔로 초기 시절의 로맨틱하고 차분한 연주 음악들, 그리고 "Live At The Acropolis"와 "Tribute"에서의 오케스트라가 동반된 음악들과 비교하면(물론 당시에도 그의 음악에 월드 뮤직의 요소는 반영되어 있긴 했었지만) 이 작품은 현재 야니의 음악적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가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음반 수록곡들은 한결같이 밝고 업비트로 채워져 있다. 흥겨운 축제를 즐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여러 다양한 요소와 민족성을 결합해 음악을 만든다"는 야니의 말대로 음반의 수록곡들에는 다양한 리듬이 복합적으로 뒤섞여 있다. 스코틀랜드의 백파이프에서 미국의 전통 피리의 일종인 두둑(duduk), 호주 원주민의 관악기 일종인 디저리두(didgeridoo) 등에 이르는 다양한 민속악기를 사용해 소리의 실험을 펼치고 있고 오케스트라의 선율 역시 여전히 자리를 잡고 있다. 이처럼 여러 문화권의 요소를 한데 수용한 '다문화적(multicultural)' 요소는 야니의 음악을 이해하는데 키워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앨범에 담긴 그의 음악에서 어떤 특정한 장르나 명확히 규정되는 리듬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그의 음악은 위에 말한 여러 다양한 문화적, 음악적 요소들을 아우르고 있는 것이고 크게 보아 월드 뮤직의 테두리에 집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작의 흐름을 이어 월드 뮤직을 수용하고는 있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이번 작품에서는 과거의 음반들과는 차별화되는 요소를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대부분의 수록곡들에 보컬을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래미 후보에 올랐던 "Dare To Dream" 앨범 수록곡으로 브리티시 항공 광고 음악으로 사용되기도 했던 그의 히트곡 'Aria'에서처럼 과거에도 보컬이 담긴 곡이 수록된 적이 있긴 했지만 이번 작품처럼 광범위하게 수록곡 전반에 걸쳐 사용된 적은 없었다. 중요한 것은 이번 음반에 실린 보컬 곡 역시 대부분 명확한 가사 전달보다는 목소리가 악기의 일부분처럼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음악은 언어를 초월한다'는 명제처럼 가사를 이해하는가 못하는가는 별 중요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서정적인 키보드와 여성 보컬이 어우러지는 인트로로 시작되는 첫 트랙 'Rites Of Passage', 역시 매혹적인 여성 보컬로 시작되어 민속 피리와 타악기, 키보드가 남녀 합창단의 코러스, 그리고 여성 소프라노와 어우러지는 업템포 트랙 'For All Seasons' 등은 이번 앨범의 전형적인 특징인 다양한 월드 뮤직의 요소를 발견할 수 있는 곡이다. 이어지는 The Promise'는 야니 특유의 매혹적인 멜로디 라인에 오랜만에 귀에 들리는 영어 가사가 담겨있는 팝 넘버로 역시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Almost A Whisper' 역시 비슷한 느낌을 자아내는 팝적인 넘버. 이외의 곡들은 대부분 풍성한 월드 뮤직의 향연을 즐길 수 있는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전반부의 빗방울을 형상화한 키보드 사운드가 인상적인 'Rainmaker'에는 남성과 여성 보컬이 사용되고 있어 또 다른 느낌을 주고 있고 동양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Playing By Heart'라든지 신비로운 민속 피리가 사용된 'At First Sight', 주술적인 느낌의 남녀 보컬이 타악기와 어우러지는 'Tribal Dream' 등등이 그런 곡들.
이처럼 쉼없는 새로운 음악적 탐구를 보여주는 야니는 얼마 전 1990대 중반에 이어 또 다시 런던의 로열 앨버트 홀에서 공연을 가졌고 이 실황은 PBS를 통해 TV로 방송되었다. 또한 그의 감춰진 뒷 이야기를 들려줄 자서전이 출판될 예정이고 2003년엔 또 다시 북미 55개 도시를 도는 투어에 나선다고 한다. 특히 이번 'DVD Limited Edition'에서는 백스테이지에서의 모습 등을 담아낸 영상물이 담겨 있어 야니의 팬들에게는 또 다른 선물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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