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Wake Up Call
2. Come With Me
3. Testify
4. Don't Get Me Started
5. Swing Low
6. It's Not Too Late
7. This Love This Heart
8. Driving Me Crazy
9. The Least You Can Do
10. Can't Stop Loving You
11. Through My Eyes
12. You Touch My Heart
아트 록 그룹 제네시스(Genesis) 출신의 팝 가수 겸 드러머 필 콜린스의 새 음반. 1996년도에 발표했던 [Dance Into The Light] 이후 무려 6년 만의 첫 정규 앨범이다. '8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솔로 활동을 하면서 무려 7곡의 빌보드 넘버원 싱글을 배출했던 필 콜린스는 그 후 상업적으로는 별로 신통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간 해왔던 대중적인 작업보다는 그간 자신이 해보고 싶었던 색다른 음악들을 실험해왔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리듬과 '60년대 초반 팝송에 영향 받은 음악들을 담았던 [Dance Into The Light] 이후 베이비페이스와의 작업('True Colors'), 빅 밴드 재즈 프로젝트([A Hot Night In Paris]), 디즈니 애니메이션 [타잔(Tarzan)] 사운드트랙 제작, 그리고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의 음악 감독을 맡는 등 '90년대 중반 이후 그는 다채로운 음악적 시도를 보여주었다. 그것은 말하자면 아티스트로서의 탐구 기간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이제 필 콜린스는 전보다 더욱 환상적인 팝 사운드를 담은 신보 [Testify]와 함께 팝 필드에 복귀했다.
영국인인 필 콜린스는 지난 1999년 21세 연하의 여성과 결혼한 후 스위스로 이주해 그곳에서 가족과만 시간을 보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앨범 발표, 다음엔 세계 투어 등 쳇바퀴 돌 듯 정형화되어 그간의 생활 패턴에 질려서 가족과만 함께 있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사이 고민하면서 자신의 일은 바로 음악이라고 다시금 깨닫고는 이 음반 작업에 착수했다. 그는 2년이 넘는 준비기간 동안 스위스의 자택에서 곡 작업을 마친 후, 프랑스와 로스엔젤레스를 오가며 앨범을 녹음했다. 그리고 자신 외에 구 구 돌스(Goo Goo Dolls)와의 작업으로 유명한 프로듀서 로브 카발로(Rob Cavallo)를 초빙해 앨범 작업을 함께 했다.
그렇게 완성된 이 음반은 '80년대를 지나 '90년대 초반까지 나왔던 필 콜린스의 어떤 앨범보다 훌륭한 팝 사운드를 담고 있다. 앨범 전체적으로는 각종 악기들이 꽉 들어찬 팝 사운드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빼어난 선율을 갖춘 소프트 록, 리드미컬한 진행, 고급스러운 전자음의 향연, 깔끔하면서도 탄탄한 편곡, 그리고 아프리카 토속 리듬감까지 나무랄 데 없는 음반이다. 첫 싱글 'Wake Up Call'부터 영롱한 신서사이저 음과 차분한 드럼 연주가 돋보이는 아름다운 팝 넘버 'Come With Me', 월드 뮤직과 일렉트릭 기타 연주의 조화가 이루어진 6분 30초가 넘는 타이틀 곡 'Testify', 질주감과 멜로디를 동시에 살린 'Don't Get Me Started', 아일랜드 분위기를 띤 'The Least You Can Go' 등 수록 곡 하나하나 빛을 발한다. 내적으로 침잠한 듯 애상적인 분위기를 띠고 있는 'Swing Low'도 음반의 백미 중 하나며, 리오 세이어(Leo Sayer)가 1978년도 셀프 타이틀 앨범에서 부른 곡을 커버한 10번째 트랙인 'Can't Stop Loving You'도 주목할 만한 트랙이다.
필 콜린스의 최대 미덕인 탁월한 대중 친화력이 여실히 발휘된 음반이며 순수한 팝송의 호소력을 느낄 수 있는 수작이다. 최근 필 콜린스보다 조금 먼저 그의 전 동료였던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도 10년 만에 도전적이며 실험적인 신작 [Up]을 선보였다. 한 그룹에서 출발했지만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는 두 아티스트의 신보를 함께 비교해 가며 감상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