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Dunya Salam
2. My Culture
3. The Way You Dream
4. Ma'africa
5. Braided Hair
6. Ta Moko
7. Bushes
8. Passion
9. Daphne
10. All Alone(on Eilean Shona)
11. Racing Away
12. Ghosts

두명의 천재 프로듀서가 전세계를 돌며, 로비 윌리암스등 각국 최고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만든 앨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성공 스토리와 이 프로젝트를 탄생시킨 천재적 프로듀서 라이 쿠더(Ry Cooder)에 관한 이야기는 웬만큼 음악을 즐겨 듣는 사람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이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과 흡사한 탄생 배경을 갖고 태어난 앨범이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원 자이언트 리프' 이다. ('위대한 도약 (1 Giant Leap)'이라니 이 얼마나 거창한 이름을 가진 프로젝트란 말인가.)

프로젝트 '원 자이언트 리프'를 이루고 있는 인물은 영국의 일렉트로니카 팀 페이스리스 (Faithless)의 창설자이며 이들의 뮤직 비디오를 연출하고 앨범 커버 아트를 담당하기도 하는 등 아트 디렉터 역할을 했던 제이미 카토(Jamie Catto)와 듀란 듀란, 유리스믹스, 폴 매카트니 등의 앨범에 참여해 잘 알려진 프로듀서/엔지니어인 베테랑 던컨 브리지먼. 우연한 만남을 통해 관심사와 취향이 일치함을 발견하고 마음이 통한 이들은 세계를 여행하며 자신들이 흠모해 마지않는 음악인, 철학자, 문학인, 미술가 등을 만나 이를 영상과 소리로 기록하고 싶다는 자신들의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함께 길을 나선다. 놀라운 것은 아프리카, 동남 아시아 지역, 호주와 뉴질랜드, 샌프란시스코, 뉴욕, 런던 등 세계 전 지역을 도는 거대한 발걸음을 내딛은 이들 두 사람이 지닌 장비가 고작 소형 랩톱 컴퓨터와 디지털 카메라, 그리고 디지털 녹음기 정도였다는 것. 현지에서 채집한 순수 그대로의 노래와 악기 연주, 내레이션 형태의 이야기들은 현장에서 녹음되어 그 즉시 컴퓨터 상에서 자르고 이어붙여진 다음 이들 두 사람이 만들어낸 음악과 뒤섞이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즉,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뮤지션들이 배터리로 구동되는 소형 컴퓨터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협연'을 할 수 있었던 셈이다. ( 이 모든 여정은 다큐멘타리로 제작되어 미국과 유럽에서 DVD 로 출시되었다.)

근본적으로는 월드 뮤직의 범주에 속하지만 현대적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와 서구 팝 뮤지션들의 참여가 돋보이는 이 앨범은 새로운 형태의 퓨전, 혹은 크로스오버를 시도하고 있다. 앰비언트의 대가로 이번 앨범의 기저에 흐르는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에 큰 영향을 준 브라이언 이노(U2를 있게 한 실력파 프로듀서) 를 비롯해 벡(Beck)과 함께 작업한 바 있는 DJ 스웜프(Swamp) 이외에도 영화 배우 겸 감독인 데니스 호퍼 등 수많은 조력자들이 이번 프로젝트를 빛내고 있다. 음반에 실린 수록곡들에 목소리를 입히고 있는 이들만 하더라도 보이 밴드 테이크 댓의 멤버에서 영국 최고의 남성 솔로 가수로 거듭난 로비 윌리엄스를 비롯, 페이스리스의 멤버인 맥시 재즈, R.E.M.의 보컬리스트 마이클 스타이프, 힙 합 밴드 어레스티드 디벨롭먼트의 스피치, 재즈 뮤지션 돈 체리의 딸인 팝 싱어 네네 체리, 그리고 다른 앨범에서는 좀처럼 만나 보기 힘든 숨어 있는 진주격인 많은 월드 뮤직 아티스트들이 그 찬란한 이름을 내걸고 있다. 참여한 서구 팝 뮤지션들이 대부분 널리 알려져 있는 스타들임에 비해 월드 뮤직 아티스트들의 경우는 대부분의 음악 팬들에게 생소할 수 밖에 없는 이름이지만 이들이 함께 빚어내는 사운드는 색다르면서도 전혀 거부감 없이 다가온다. 특히 로비 윌리엄스와 맥시 재즈가 함께 한 'My Culture'는 대중적으로도 어필할 수 있는 팝적인 감각을 지닌 트랙이다.

다채로운 사운드가 한데 어우러져 고도의 화학반응을 일으킨 이 음반은 서구 팝 뮤지션들과 월드 뮤직 아티스트들이 만들어낸 사운드가 씨줄과 날줄이 되고 그 위에 현대적 감각의 일렉트로니카 사운드가 물들어있는 화려한 빛깔을 지닌 천같은 작품이다. 하지만 '원 자이언트 리프'의 프로젝트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다. 적어도 이 프로젝트 안에서는 종교도 이념도, 그리고 피부색과 언어의 차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설사 우리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 해도 이들이 전하는 감동은 단순히 노랫말을 해독함으로써 얻어지는 직관적인 이해보다 훨씬 더 가치있는 것이다. 인류는 하나이며 그러므로 모든 장벽을 허물고 조화롭고 아름답게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이들 두 사람의 시도가 세계 평화와 화합을 향한 '위대한 도약'이라 한다면 지나친 찬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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